- 평점
- 7.6 (2017.08.03 개봉)
- 감독
- 엘레노어 코폴라
- 출연
- 다이안 레인, 알렉 볼드윈, 아르노 비야르, 세드릭 모네
요즘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네 명의 여성 연기자들이 남프랑스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을 보고 있자면 지금이라도 당장 비행기표를 끊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일과 가정, 고양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마음을 먹기란 쉽지 않죠. 친구가 프랑스에 살고 있기에 언젠가는, 1~2년 안에는, 모든 걸 남편에게 맡기고 조금 길게 프랑스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가족에게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여행에 대한 마음이 샘솟는 요즘, 이런 마음이 든 김에 프랑스를 좀 더 탐닉해 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 <파리로 가는 길>입니다. 영화는 성공한 영화제작자를 남편으로 둔 중년의 여자 '앤'과 남편의 동업자 '자크'가 프랑스를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사람입니다. 와이프가 옷, 약, 하다못해 양말까지 모두 챙겨줘야 하는 스타일이죠. 사업 외 모든 것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듯 와이프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반면에 '앤'은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하고 작은 것들을 카메라로 담는 것을 취미로 여기는 것을 보면 따뜻하고 소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출장에 함께 왔지만 귀에 통증이 있어 불편함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약을 챙겨주는 것은 남편이 아닌 남편의 동업자 '자크'입니다. '앤'은 컨디션 난조로 다음일정을 건너뛰고 곧장 파리로 가고자 합니다. 그때 '자크'가 그의 차로 데려다준다고 하죠. 그렇게 둘은 뜻하지 않게 로드트립을 하게 됩니다. '앤'은 곧장 파리로 가려는 마음이었으나, 즉흥적이고 사랑도 많은 '자크'는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과 맛을 보여주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습니다. 결국, '자크'에게 이끌려 둘은 프랑스 곳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물론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데다가 관계와 사랑에 자유로운 '프랑스 남자'와 마음을 나누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녀의 취향을 기억하며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에 '앤'은 감동을 하고 그에게 이끌립니다.
그렇게 프랑스 남부에서 파리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여주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리스 지배의 역사를 보여주는 고성을 비롯하여 넓게 펼쳐진 라벤더 농장까지...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맛에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렇게 등장하는 영화의 배경 몇 장면을 통해 프렌치스타일 공간과 정원식물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고전적이고 우아한 프랑스 스타일 인테리어
사진 속 공간의 요소들을 보면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 일명 '로코코(Rococo)'에서 '네오 클래식(Neo-Classic)' 양식 사이의 전환기적 특성을 보여주는 인테리어입니다. '로코코'는 경쾌하고 장식적인 요소가 특징인 반면, '네오 클래식'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양식을 본떠 더 질서 있고 균형 잡힌 디자인을 선호했습니다. 이러한 조합은 18세기말 프랑스혁명 이후의 사회적, 예술적 변화를 반영하며, 그 당시 유행했던 인테리어 스타일의 복합성을 보여줍니다.
플로럴 패턴의 벽지와 곡선이 있는 침대 해드보드, 정교한 목공예가 돋보이는 작은 테이블... 프랑스 가구와 장식 스타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전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플로럴 패턴 벽지는 전통적인 감성을 자아냄과 동시에 빈티지한 느낌을 줍니다. 곡선과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침대 해드보드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공간에 따뜻함을 더합니다. 테이블 위의 램프는 고전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포인트가 되는 붉은 조명 갓의 색상이 공간의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며,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세련되고 웅장하며 예술적인 가치가 느껴지는 공간
뤼미에르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이곳에 살면서 영화를 발명했다고 해요. 영화 속 '앤'과 '자크'가 자크의 여자친구가 관장으로 있는 장소에 방문합니다. 매우 층고가 높은 장소에 높고 넓은 창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외부 식물들과 더불어 맑은 자연광이 내부로 통해 공간을 밝고 활기차게 만듭니다. 천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을 아름답게 투과시키면서 공간에 색채를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천정장식은 매우 화려하고 정교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주변의 섬세한 장식은 '바로크' 또는 '로코코' 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려한 곡선으로 섬세하게 표현된 복잡한 장식적 요소들은 풍부한 입체감으로 공간에 깊이와 세련되고 웅장한 느낌, 그리고 예술적인 가치를 부여합니다.
아래로 매달린 샹들리에는 천정장식과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공간의 화려함을 강조합니다. 샹들리에의 복잡한 금속공예와 크리스털, 또는 유리장식이 빛을 반사하여 공간에 반짝이는 느낌을 더해줍니다.
하부벽면과 벽난로는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공간에 무게감을 더합니다.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더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대리석은 자연스러운 패턴과 색상의 변화로 인해 각 조각마다 독특한 미를 가지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깊은 색감과 광택을 발현하고는 합니다.
유럽식 장식요소 - 타일패턴
기둥에는 '아르데코' 또는 '모더니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기하학 패턴의 타일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20세기 초반에 유행한 디자인 양식으로, 전통적인 장식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타일은 녹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타일은 벽면뿐 아니라 바닥에서도 장식적인 역할로 공간을 풍부하게 합니다. 사각형 패턴의 벽돌 마감 가운데 타일을 넣어 가구, 그리고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다채롭고 흥미로운 경관을 형성합니다.
사랑스럽고 친근한 공간 컬러
하얀 타일마감 사이 질감이 강조된 노란색 벽면 컬러마감과 녹색 몰딩, 빨간색 체크 테이블보는 공간을 사랑스럽고 아늑하며 친근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는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컬러배합으로 이전에 '사랑스러운 공간 컬러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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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인의 전통요소 - 몰딩
몰딩은 공간의 구조적인 세부사항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며, 공간에 정교함과 우아함을 더합니다. 벽과 천장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해 주며, 시각적인 흥미를 더하고 대비를 만들어 공간에 깊이감을 줍니다. 특히 프랑스의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건축양식에서 중요한 요소로 바로크, 로코코, 네오 클래식 등 다양한 시대의 양식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비스트로 벽면에 사용된 몰딩과 액자는 공간에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부여하며, 프랑스 비스트로의 전통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기여합니다.
전통적인 프랑스 비스트로 스타일, 소박함과 클래식함 - 체크패턴
테이블 위에는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깔려있어, 친숙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체크무늬는 프랑스 비스트로의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로, 소박함과 클래식함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지중해지역의 정원 식물
영화 속 장면에는 아름답고 우아한 주인공 '앤' 뒤로 남프랑스의 반짝이는 빛을 받은 자주색과 보라색의 꽃나무들이 등장합니다. 저에게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남부 유럽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재는 '부겐베리아'입니다.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지중해 지역의 테라스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회벽을 타고 올라 벽면을 쨍한 자줏빛으로 수놓는 부겐베리아를 좋아합니다. 영화 속 첫 장면에도 '앤'이 아침을 먹는 테라스 벽면의 부겐베리아가 공간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줍니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수목으로 협죽도(유도화)가 있습니다. 부겐베리아는 덩굴식물이고, 협죽도는 소교목이나, 꽃의 크기나 컬러가 비슷해 좋아합니다. 테라스 밖으로는 거대한 향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푸르고 울창한 녹음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공간에 평온함과 싱그러움을 더합니다.
'앤'과 '자크'가 식사하는 레스토랑 벽면에도 어김없이 부겐베리아가 자라고 있습니다. 주변으로는 바나나나무, 유카 등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는 이국적인 식재가 테라코타 화분에 심겨 있으며, 붓들레아, 라벤더와 같은 보라색의 하늘하늘한 꽃들이 더해져 공간을 더욱 따뜻하고 풍부하게 합니다. 건물벽면의 따뜻한 색상과 거친 질감, 위와 같은 식생의 조화는 프랑스 전원지역이나 지중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관으로 소박함과 세련됨이 조화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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