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미국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영화 <슬로우 웨스트>를 바탕으로 그 시대의 건축 및 생활양식, 디자인 스타일을 들여다보려고요. 영화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19세기 서부개척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시대는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대략 1800년대 초부터 1890년대까지를 이야기합니다. 미국 동부의 인구증가와 골드러시 등 여러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사건들을 이유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서부 개척지 초기에는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또한 미국 원주민과의 많은 충돌을 야기했죠. 원주민들의 땅과 자원은 백인 개척자들에 의해 점점 더 약탈되었고, 이는 여러 전투와 학살로 이어졌습니다.
- 평점
- 7.2 (2015.10.08 개봉)
- 감독
- 존 맥클린
- 출연
- 코디 스밋 맥피, 마이클 패스벤더, 벤 멘델존, 카렌 피스토리우스, 로리 맥칸, 에드윈 라이트, 앤드류 로버트, 브라이언 서전트, 브룩 윌리엄스, 매들린 새미, 에디 캠벨, 켄 블랙번, 스튜어트 마틴, 스튜어트 보우맨, 애런 맥그레고, 칼라니 퀘이포, 제프리 토마스
16살짜리 소년 '제이'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서부로 도망쳐 온 여자친구와 그녀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홀로 말을 타고 이동중입니다. 이동하는 곳곳 학살당한 인디언과 불에 모두 타버린 마을을 지나오며 참담함을 느끼죠. 그러다 원주민을 사냥하는 무리를 만나게 됩니다. 총에 맞을까 긴장하던 중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가 나타나 그를 도와주죠. '사일러스'는 '제이'에게 돈을 주면 여자친구에게 무사히 데려다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여자친구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는 엄청난 현상금으로 수배 중인 상태이고, '사일러스'는 '제이'를 이용해 현상금을 차지할 목적이었죠. 그 사실을 숨긴 채 둘은 이동을 함께하며 가까워집니다. 시간이 흘러 많은 대화 속에 '사일러스'는 '제이'의 순수함과 '로즈'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그는 '제이'와 '로즈'를 돕기로 합니다. 하지만 '사일러스'와 함께 현상금을 사냥하던 무리가 그들을 따라옵니다. '제이'의 발걸음 끝에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가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은 그들의 총에 난도질을 당하게 됩니다.
수많은 총알이 오갔음에도 운좋게 '로즈'와 '사일러스'는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됩니다. '제이'는 총알세례를 뚫고 그녀 곁으로 달려왔지만, 어이없게도 두려움에 떨며 사냥꾼들과 맞서던 '로즈'는 그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렇게 그녀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허탈한 그의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돌아보면 '제이'의 인생은 어처구니없는 우연의 사건만이 가득합니다.
사실 '로즈'가 그녀의 아버지와 서부로 도망쳐 오게 된 것도 '제이'와 얽힌 우발적 사고때문입니다. 농사꾼인 '로즈'를 좋아하는 '제이'가 못마땅한 그의 삼촌이 '로즈'의 뺨을 때렸고, 그에 흥분한 그녀의 아버지가 삼촌을 밀었는데,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거든요. '사일러스'와의 여정 중에도 어느 가게에서 우연히 부부 강도를 만나게 됩니다. '제이'는 그들에 맞서 살기 위해 방아쇠를 당길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가게 밖으로 나오자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순수한 마음의 '제이'는 너무나 슬프고 죄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모른 채 한 '사일러스'가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라 판단되어 몰래 도망을 갔는데, 우연히 만난 따뜻하다고 느꼈던 이는 '제이'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말을 비롯하여 그의 모든 것을 훔쳐 달아납니다. '로즈'의 집을 발견하고 '사일러스'는 '제이'를 살리고 싶어 나무에 그를 묶어 두었지만, '제이'는 밧줄을 기어이 끊고 '로즈'의 집으로 달려갔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총을 맞아 죽는 순간까지도 선반에 있던 소금이 그의 온몸에 떨어져 큰 고통을 느낍니다. 그의 인생은 참 허탈하고, 불쌍하고, 어이없으며, 웃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블랙코미디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누군가를 해치고 누군가의 것을 빼앗을 수 밖에 없는 그 시대의 현실은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법자로서 살아가며, 누군가의 죽음과 죽였던 경험담을 술자리 농담 삼아 나눕니다. 그저 나를 지켜줄 총을 품에 안은채 모닥불과 블랭킷 하나에 의지해 잠이 듭니다.
총소리와 사람들이 피흘리며 죽어가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화면의 대부분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 말을 타고 이동하는 '제이'와 '사일러스'의 모습입니다. 미국의 광활한 대지와 산맥, 초원... 의 경관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게 웅장합니다.
말 두마리를 밧줄로 연결해 물에 젖은 옷가지를 말리며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화면도 멋질뿐더러, 이윽고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의지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연결됨을 보여주는 듯한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농가 -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건축양식
스토리와 상황들이 재미있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간'이야기를 해볼까요?
영화 속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가 미국 서부로 도망쳐 살고 있는 집입니다.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전형적인 농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변은 밀밭으로 밀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나 봅니다.
건물의 디자인과 크기는 그들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생활하려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목재를 사용하여 지어진 단층구조로 지붕은 목재슁글로 덮여있습니다. 작고 간단하게 지어진 집으로 건물의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한 효율적인 건축양식을 보여줍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건축물도 주로 목재로 지어져 있습니다. 이 시기는 주로 사용가능한 자연자원과 당시의 기술 수준에 의존하여 지어졌을 것입니다. 간결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대체로 장식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뒀으며, 고전적인 건축양식을 받은 요소들은 최소화되었습니다.
건축물의 특징적 요소 : 포치(Porch)
또 하나 특징적인 요소는 포치(Porch: 출입구 위에 설치해 비바람을 막는 곳)입니다. 포치공간은 사람들이 태양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고, 사회적인 만남의 장소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서부의 기후는 종종 건조하고 뜨거웠기 때문에, 포치는 건물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간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_ 간단하지만 견고한 구조
다시 '로즈'의 집으로 돌아가서, 영화 속 그들의 집의 내부 또한 간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벽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작은 공간은 부엌부터 창고, 침실까지 불편함 없이 모두 구비되어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조리대와 선반 위에는 도자기 그릇과 병... 들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조리도구들은 못과 철사, 훅을 이용해 벽면에 매달아 진열되어 있습니다. 진열을 위한 가구들은 간단하지만 견고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의 도구들은 유리, 도자기, 금속, 목재같은 천연재료들이었을 것입니다. 음식이나 재료를 포장할때도 신문지를 이용했을 것이고요. 자연재료로 만들어진 용기와 신문지, 패브릭... 등이 시대적 배경을 보여줍니다.
주방의 한쪽에는 검은색의 철제 스토브가 있습니다. 이 스토브는 집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을 데우고 요리를 하는 등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옷과 모자를 비롯하여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상점입니다. 벽과 선반은 거친 목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나뭇가지를 밧줄로 매달아 헹거를 만드는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건물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간소하고 기능적인 공간 구성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커버드 왜건(Covered Wagon) 또는 프레리 스쿠너(Prairie Schooner)로 부르는 마차입니다. 19세기 서부개척시대에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마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임시 주거공간으로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카라반처럼요. 견고한 나무프레임 위에 튼튼한 캔버스로 만든 커버가 씌워진 마차는 당시 멀고 고된 이동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비, 바람, 태양으로부터 보호를 해주는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안전한 요즘의 시대에 화면으로 만나는 그곳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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