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공간을 만드는 디테일s/식물

원초적인 아름다움에서 장식적인 화려함으로 <스모크 트리>

magicalelf 2024. 4. 2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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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제주 중산간마을 주택정원을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펜션으로 사용될 공간이기에, 몇 가지는 새롭고 흔하지 않은 품종을 도입하고 싶어 디자인될 환경에 적합한 종들을 조사하고 수집했는데요... 그렇게 선정된 식물 중 하나는 스모크 트리(Smoke Tre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개나무'라고 부르는데요. Smoke Tree면 '연기나무'가 맞을 텐데, 어감 때문에 수입 또는 유통업자들이 '안개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입니다. 환경이슈와 코로나 등의 시기적 여건과 더불어 조경과 정원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생겨가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정원과 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정신이 없습니다. 바로 <식물이름> 때문인데요. 매년 쉴 틈 없이 새로운 품종이 쏟아지는데,  그 품종들이 학명으로 불려지지 않고 영명에서 변형된 한글이름을 붙여 유통되기 때문이에요. 길고 복잡하며 발음도 어려운 학명을 외우기도 벅찬데, 수많은 식물 품종의 영명에 한글명까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매시장의 상인들조차 각각의 품종을 학명으로 부르지 않아 식물을 구하는 데 있어 소통에 혼란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식물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식물분류체계인 <종/속/과>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푸념이 길어졌습니다. 어찌 되었든, 시장에서는 '안개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이지만 이 글에서는 '스모크 트리(Smoke Tree)'라는 영명을 쓰겠습니다.

 

 

스모크 트리(Smoke Tree, 학명: Cotinus coggygria)

스모크 트리(Smoke Tree) [출처] https://en.wikipedia.org/

 

 

제가 이 나무를 처음 만난 것은 캐나다에서 입니다. 한여름, 토론토 근교 지역에 위치한 주택단지를 산책하는데, 자주색의 뿌옇고 풍성한 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 보는 이 나무는 꽤 몽환적으로 느껴져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 꽃시장에서 그 나무를 만났습니다. 원래 새로운 품종 중 미적가치가 높으며, 줄기나 가지를 자른 상태로도 오래 관상가능한 식물은 절화형태로 먼저 유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또 몇 해가 지나자 나무시장에 '안개나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전 조경공사로 인해 수목을 구하러 다니다가 나무농장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새로운 품종은 비용 및 절차문제로 대부분 종자로 들여와 번식을 시킨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제가 캐나다에서 스모크 트리를 만나기 한참 전부터 어떠한 농장에서는 이 나무의 한국 내 유통을 위해 꽤 오랫동안 번식과 육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겠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성장하고 모양을 갖추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에, 어딘가에서 또 새로운 품종을 연구하고 키워나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저에게는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의상이 발표되는 파리의 패션위크보다 기대와 설렘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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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트리는 무환자나무목(Sapindales) 옻나무과(Anacardiaceae) 안개나무속(Cotinus)의 낙엽활엽관목입니다. 영명으로는 스모크 트리(Smoke Tree) 뿐 아니라, 유러피언 스모크트리(European smoketree), 유라시안 스모크트리(Eurasian smoketree), 스모크 부쉬(smoke bush), 베네치안 옻나무(Venetian sumach), 염색가의 옻나무(dyer's sumach)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습니다. 

 

원산지는 중국과 유럽 남부지역이지만, 그 지역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동쪽, 히말라야 산맥부터 중국 북부까지 꽤 넓은 지역에서 자생한다고 보고됩니다. 많은 지역에 분포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양한 토양 조건과 기후에 적응하며, 가뭄과 서리를 모두 견딜 수 있어 유지관리가 매우 용이한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오래되지 않은 나무이기에, 역사 깊은 나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사해 보니 코카서스(Caucasus) 산맥 서부의 조지아(Georgia) 지역에서 발견된 533만 3천 년에서 258만 년 전까지의 화석에서 스모크 트리(Smoke Tree)가 발견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이 나무를 활용해  염료도 만드는 등 인류의 곁에서 쓰임을 다하던 역사 깊은 나무입니다. 염료는 품종에 따라 노란색, 보라색, 빨간색 등으로 생산되었는데, 옻나무(sumach)라는 이름은  "빨간색"을 의미하는 아랍과 시리아의 단어 'summāq'에서 파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관상가치가 높은 수목이지만, 수명은 평균 20년 정도로 짧은 편인 단점이 있습니다. 키는 최대 5~7m 정도라고 하고, 개화시기는 5~7월이며,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듭니다.

 

  다양한 품종의 안개나무속(Cotinus) 스모크 트리(Smoke Tree)  

품종은 매우 다양한데, 대중화된 품종은 10가지 정도이며, 그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은 짙은 보라색 잎을 가진  로열 퍼플 스모크 부시(Royal Purple Smoke Bush)라고 합니다. 스모크 트리의 잎과 꽃뿐 아니라 붉은색, 눈부신 오렌지색, 황금색 톤까지 단풍의 색깔도 품종에 따라 다양합니다. 

다양한 품종의 스모크 트리(Smoke Tree) [출처] https://thursd.com/

 

 

지금까지는 우리 주변 정원의 관목용으로 식재하는 안개나무속(코티누스Cotinus)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나무는 유럽 또는 유라시아에 생육하는 스모크 트리입니다. 또한 코티누스 오보바투스(Cotinus obovatus)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은 아메리카에서 생육하는 스모크트리입니다. 높이 10m(33피트), 폭 8m(26피트)까지 자라는 낙엽성 원추형 관목으로 성목은 조금 큰 편입니다. 

스모크 트리(Smoke Tree) 품종 - 코티누스 오보바투스(Cotinus obovatus) [출처] https://en.wikipedia.org/

 

  콩과 프로소탐누스속(Psorothamnus) 스모크 트리(Smoketree)  

콩과식물인 프소로탐누스 스피노수스(Psorothamnus spinosus) 품종도 있습니다. 봄에 보라색꽃을 피우는 이 나무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콜로라도 사막, 서부 애리조나의 소노란 사막, 북부 캘리포니아만 (코르테즈 해) 섬을 포함한 동부 바하 캘리포니아주 대부분의 사막지역에서 자생합니다. 특히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미국에서 스모크트리(Smoketree)에 대해 묻는다면 대부분 이 나무를 지칭하게 됩니다. 

프소로탐누스 스피노수스(Psorothamnus spinosus) 품종 스모크트리(Smoketree) [출처]https://en.wikipedia.org/

 

 

또한 트로피컬 스모크트리(Tropical Smoketree)라고 불리우는 유포르비아 코티니폴리아(Euphorbia cotinifolia) 품종도 있습니다. 이 나무는 멕시코와 남미가 원산지로 하는 넓은 잎의 붉은 관목으로  smoketree spurge , Tropical smoke bush , Caribbean Copper plant 등 다양하게 불리웁니다.

 

하늘과 마주하며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스모크 트리(Smoke Tree)'

미국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중 '다이앤 맥클레리(Diane McClary)'라는 화가가 있습니다. 그녀는 사막의 풍경을 가진 팜데저트(Palm Desert)에 살며 그곳의 태양을 품은 환상적인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데, 그녀의 그림에는 척박한 사막을 빛내는 이국적인 수종들이 있습니다. 그녀는 스모크 트리를 '사막의 빛'이라 표현하며 자주 그림의 소재로 삼는데, 안개나무는 홀로. 때로는 선인장과 유카, 야자수 등 이국적인 나무들과 함께 모래와 바위언덕을 수놓습니다.

 

사막에 자리 잡은 스모크 트리는 대부분 수령이 오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롭게 뻗은 굵은 나뭇가지와 깃털 같은 생김새의 꽃은 우리를 보다 원시적인 자연으로 인도합니다. 

 

Diane McClary, Smoke Tree and Prickly Pear Cactus [출처] https://diane-mcclary.pixels.com/
Diane McClary, Desert Light Smoke Tree&nbsp; [출처] https://diane-mcclary.pixels.com/
Diane McClary, Smoke Tree at Santa Rosa Mountains&nbsp; [출처] https://diane-mcclary.pixels.com/
Diane McClary, Cholla at Smoketree Ranch [출처] https://fineartamerica.com/
Diane McClary, A Quiet Walk in Smoketree Forest [출처] https://diane-mcclary.pi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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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헌트(Maria Hunt) 또한 사막에 거주하며, 그곳의 풍경과 자연을 그림으로 담는 현대미술 화가입니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오래된 수령의 스모크 트리 한그루는 역사적인 마을의 서정적인 풍경으로 안내하는 느낌입니다. 

 

Maria Hunt, Historic La Quinta Cove [출처] 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

 

 

이탈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밀라(Malani Milla) 또한 사막의 풍경 속 단독수로서 스모크 트리의 매력을 묘사했습니다. 

Malani Milla, Agnes Lawrence Pelton - Smoketree - Post-Impressionism [출처] 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

 

여행한 장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주변의 시골환경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는 아티스트 댄 스켄넬(Dan Scannell)의 작품에 담긴 스모크 트리는 관목형태로 계곡 주변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습니다. 

Dan Scannell, Smoke Trees by the Creek [출처] https://fineartamerica.com/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스모크 트리의 원초적 생태와 환경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콩과식물인 프소로탐누스 스피노수스(Psorothamnus spinosus) 품종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품종의 발생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정원을 장식하는  안개나무속(Cotinus) 스모크 트리보다 원시의 자연 속 프소로탐누스 스피노수스(Psorothamnus spinosus) 품종이 더욱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스모크 트리의 관상식물로서 가치를 알아본 인류는 이 식물을 정원으로 옮겨왔습니다. 스모크 트리는 그렇게 정원소재로서 다양한 식물들과 어우러져 우리 삶의 공간을 풍성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오고 있습니다. 풍성하게 가꾸어진 정원 속 스모크트리는 매우 장식적이며, 화려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본래의 자연에서 스모크 트리는 척박하거나 한적한 풍경 속에 홀로 하늘과 마주하며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미술 작가들이 그러한 공통성 있는 관점으로  '스모크 트리'를 묘사하고 있는 것 또한 유의미하다 생각됩니다.

 

새로운 소재, 익숙하지 않은 소재는 그렇게 본래의 환경 속에서의 느낌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전하며, 조금 넓은 면적의 정원을 디자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연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스모크 트리의 이미지를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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