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공간을 만드는 디테일s/식물

여성스럽고 부드러우며 향기로운 봄의 꽃나무 '라일락'

magicalelf 2024. 4. 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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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의 정원에는 유채꽃, 벚나무와 더불어 라일락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데요, 4~5월이면 보라색의 부드러운 향기로 마음을 이끄는 꽃나무 '라일락'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거장들의 그림에 담긴 라일락을 통해 당시의 배식 디자인에서 라일락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당시에는 어떤 품종을 좋아했는지, 라일락으로 어떤 분위기를 표현했는지... 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일락 [출처] https://www.hortipoint.nl/

 

 

라일락(영명: Lilac / 학명: Syringa vulgaris)

라일락(영명: Lilac / 학명: Syringa vulgaris)은 꿀풀목(Lamiales) 물푸레나무과(Oleaceae) 수수꽃다리속(Syringa) 서양수수꽃다리(S. vulgaris)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영미권에서 '라일락(Lilac)'이라고 부르며, 한국에서의 정식 명칭은 '서양수수꽃다리'입니다. 

 

역사적으로는  발칸 반도가 원산지로 16세기말에 오스만 제국에 도입된 것이 유럽으로 전해졌고, 유럽에서 영국, 영국에서 미국으로 전해져 서양문화권 전역의 정원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900년대에 도입되었고요. 

 

 

  다양한 품종의 라일락(Lilac)  

꽃은 제주나 남부지방에서는 3월 말~4월 초, 중부지방에서는 5월 중순에 개화하는데, 색깔은 연보라색이 기본이나, 진한 보라색, 흰색, 붉은색 등의 꽃을 피우는 다양한 원예품종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품종의 라일락 [출처] 한국원예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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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보다 향이 강하고 키가 작은 '미스김라일락(영명: Syringa patula 'Miss Kim')'이라는 품종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라일락품종 중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이나, 한국에서는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미스김라일락은 1947년 미국인 식물 채집가가 한국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개량한 것을 1970년대부터 비싼 로열티를 물어가며 역수입해온 것이라고 하네요. 속상한 이야기입니다. 꽃이름이 미스김인 것은 당시 한국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고 있던 여직원의 이름을 딴것이라고 하네요.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스토리입니다.

미스김 라일락 [출처] https://uniceask.life/

 

 

   명화 속에 등장하는 라일락(Lilac)   

거장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그림에는 흐린 날, 라일락 나무아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담겨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크기로 봐서는 꽤 오래된 수령의 라일락 나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넓은 정원의 푸른 녹음 속 보라색의 하늘하늘한 라일락 꽃은 인물의 의상, 포즈와 더불어 그림 속 분위기를 더욱 포근하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만들어줍니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과 그의 공간, 정원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2024.03.01 - [예술가의 공간] -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의 집과 정원에 대하여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 의 집과 정원에 대하여

꽃과 정원, 건축과 인테리어, 그림과 조형예술...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일하고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그런 저에게 '공간탐닉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생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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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Monet, Lilacs, Grey Weather, 1872~1873

 

 

키리아크 코스탠디(Kyriak Konstantinovich Kostandi) 1852~1921는 러시아의 저명한 미술학자이자 화가로 여러 현실주의, 사실주의적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시대인들은 그를 가장 철학적인 예술가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보라색으로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이 이슬람문화를 반영하는 건축물의 담장 앞에 관목형태로 심겨 있습니다. 꽃의 풍성함과 낮은 관목형태를 보았을 때 1870년대 당시에도 '미스김라일락'과 같은 관목형태의 라일락 품종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낙엽관목이고, 꽃이 피는 시기가 이른 봄 한철이기에 넓은 면적의 관목식재는 고려해 볼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른 봄, 길을 걷다가 이렇게 풍성하게 반겨주는 라일락을 만난다면 너무나 반갑고 향기로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 인물은 무언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모양입니다. 키리아크 코스탠디는 그림에 작은 줄거리를 가지며 시적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 그는 그림으로 특정한 감정과 기분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이야기됩니다. 아마도 향기롭고 로맨틱한 라일락 정원 앞 벤치에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그의 안타까운 마음과 상황이 공간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해석해 봅니다.

Kyriak Konstantinovich Kostandi, Lilla in fiore,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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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레이튼(Edmund Blair Leighton) 1852~1922은 영국역사의 리젠시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장르장면의 영국화가입니다. 그는 중세의상을 입은 여성의 낭만적인 장면을 그림에 담고는 했습니다.

 

아래 '라일락'이라는 그림에는 코지(cozy)한 주택 정원에 나뭇가지로 엮어만든 아치가 있고, 그 뒤로 풍성한 라일락이 심겨 있습니다. 여성은 라일락꽃을 꺾어 꽃꽂이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라일락은 절화소재로도 자주 활용되었기에, 야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눈과 향기로 꽃을 즐기는 즐거움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주택정원에 심는 소재로서의 인기를 반영합니다. 

Edmund Blair Leighton, Lilac, 1901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4~1926는 대부분의 생활을 프랑스에서 한 미국출신의 화가입니다. 그녀는 인상주의화가로서 여성의 사회적, 사적 삶에 대한 이미지를 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표현한 창가에 놓인 라일락 꽃이 꽂힌 화병은 그녀의 다른 그림들과 더불어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Mary Cassatt, Lilacs in a Window, 1880~1883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ior)1841~1919는 흰색 라일락과 핑크색 장미를 화병에 함께 꽂아 장식한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당시에도 흰색 라일락 품종이 존재하였으며, 야외 뿐 아니라 절화로서의 라일락의 인기를 반영합니다. 

 

르누아르의 작품과 그의 공간, 올리브나무 정원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 바랍니다.

2024.03.13 - [예술가의 공간] -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ior)의 집과 올리브 정원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ior)의 집과 올리브 정원

오늘은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또 다른 대표적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ior) 1841~1919'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는 여성의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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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e Renior, Vase of Lilacs and Roses, 1870

 

색채화가 앙리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의 작품에도 라일락이 존재합니다. 아마도 정원의 라일락가지를 자른 그대로 투명한 유리병에 담궈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앙리마티스의 오브제와 파이프담배가 어우러져 어두운 배경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꽃입니다.

 

앙리마티스의 작품과 그의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바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 바랍니다.

2024.03.06 - [예술가의 공간] -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머물던 '프랑스 니스(Nice)' 그리고 그의 공간을 담은 그림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머물던 '프랑스 니스(Nice)' 그리고 그의 공간을 담은 그림

최근의 이야기들이 프랑스에 빠져있죠. 이번에는 프랑스의 색채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앙리마티스의 그림이 꽤 인기를 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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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Matisse, Branch of Lilacs,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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