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공간을 만드는 디테일s/식물

지중해의 태양을 닮은 여름 꽃나무 '협죽도'_ 우리나라 남부식생

magicalelf 2024. 4. 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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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식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예술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의 기록에서 흥미로운 그림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그리하여 오늘 이야기해 볼 식물은 '협죽도'입니다. '유도화'라고도 부르지요.

 

협죽도 ( 夾竹桃, 학명: Nerium oleander L.)

협죽도를 생물학적으로 분류하자면, 협죽도속(Nerium)  협죽도과(Apocynaceae) 용담목(Gentianales) 쌍자엽식물강(Dicotyledoneae) 피자식물문(Angiospermae)에 속합니다. 높이 약 3m까지 자라는 상록활엽관목입니다. 

 

   제주의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협죽도'    

제주 독채민박 '마이생튜에리'에 심겨진 협죽도(유도화) [출처] https://letsplantproject.modoo.at/

 

 

1920년도 경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제주도와 같은 남부지방에서는 야외에서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꽃은 7~8월경 핀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제주도에서는 이른 여름부터 가을가지 피고 지고를 반복하여 꽤 오랫동안 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추위에는 약하나 공해에 강한 식물입니다. 토질에의 영향도 적고요. 하지만 대부분 꽃이 피는 식물이 그렇듯이 양지바른 곳에 식재하는 것이 많은 꽃을 예쁘게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단점이라면, 독이 있는 식물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젓가락을 가지고 오지 않은 등산객이 협죽도 가지로 젓가락을 만들어 음식을 먹다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독 중독에 대한 digoxin Fab이라는 해독제가 있고, 먹지만 않는다면 여름에 아름답고 풍부한 꽃을 볼 수 있는 훌륭한 관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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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등장하는 '협죽도'    

특히 협죽도는 남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식물로, 반짝이는 태양과 함께 지중해의 이국적인 풍경을  옮겨 올 수 있는 좋은 소재라 생각됩니다. 그곳의 풍경을 사랑하기에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재 중의 하나입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무입니다.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 등장하는 협죽도

 

영화에 나오는 공간과 정원에 관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2024.03.07 - [영화로 만난 공간] -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통해 이야기하는 '지중해 스타일 정원 디자인(Mediterranean Style Garden Design)'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통해 이야기하는 '지중해 스타일 정원 디자인(Mediterranean Style Garden

요즘 저의 블로그는 프랑스에 꽂혀있죠. 오늘도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한 편을 들고 왔습니다. 영화 는 192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멜로 영화입니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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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죽도의 여러 품종으로 서양협죽도, 만천 협죽도(꽃잎이 겹으로 된 나무), 노랑 협죽도(노랑꽃이 피는 나무), 흰 협죽도(흰 꽃이 피는 나무) 등이 있습니다. 

 

 

   화가들이 사랑하는 나무 '협죽도'   

본격적으로 협죽도의 시각적인 이미지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과거 미술계 거장들의 그림에 협죽도가 왜 많이 등장하는지... 살펴보다 보면 이 꽃나무를 더욱 사랑하게 될지 모릅니다.

 

반 고흐는 협죽도를 여러번 그렸습니다. 그에게 협죽도는 끊임없이 피어나고 튼튼한 새순을 내뿜는 즐거운 에너지와 생명을 상징하는 꽃이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림에는 마졸리카 주전자에 만발한 서양협죽도가 꽂혀 있습니다.  그림에서의 협죽도는 무겁고 풍부하며 비옥한 느낌으로 표현되었다고 이야기됩니다. 뾰족한 녹색 잎은 활력과 생동감,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옆에 책이 한 권 놓여 있는데, 이 책은  에밀졸라의 Rougon-Macquart 시리즈 중 12번째 소설 La joie de vivre (The Joy of Living)입니다.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가 가장 좋아한 책이었다고 해요.  소설가 에밀졸라(Emile Zola)는 앞서 이야기한 폴 세잔(Paul Cezanne)의 죽마고우이기도 합니다. 폴 세잔의 그림과 공간, 에밀졸라와의 이야기도 앞서 다룬 적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2024.03.26 - [예술가의 공간] - 예술가가 사랑한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의 프로방스 아틀리에

 

예술가가 사랑한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의 프로방스 아틀리에

천재화가 피카소와 그의 아틀리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죠. 1959년 피카소는 세잔의 자취를 따라 그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프로방스 서쪽의 산기슭으로 작업실을 옮깁니다. 또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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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Willem van Gogh,Oleanders, 1888

 

Vincent Willem van Gogh,Still Life Vase with Oleanders,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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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그림에도 협죽도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 그림은 비엔나 부유한 가문의 의뢰로 그들의 딸을 그린 것이라 추정된다고 합니다. 젊은 처녀의 순수함의 상징으로 협죽도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이야기되고 있으며, 아마도 1890년 당시 그 집의 정원에 협죽도가 심겨 있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클래식한 기둥의 대리석 조각과 소녀의 기하학무늬 드레스, 모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 속 풍경을 만듭니다.  

 

클림트의 뮤즈였던 에밀리를 그린 작품에도 어김없이 협죽도가 등장합니다.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에밀리의 뒷 배경으로 테라코타 화분에 심겨있는 협죽도가 위치합니다. 길쭉하고 뾰족한 협죽도 잎은 그림을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만듭니다. 이 그림은 여성을 화려하게 묘사하는 클림트의 초창기 작품으로 일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에밀리의 순수한 소녀시절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에밀리와 클림트의 이야기 또한 앞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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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Klimt, Two girls with oleander, 1890
Gustav Klimt, Portrait of Emilie Floge, 1893

 

좀 더 앞선 시대로 넘어가서 로렌스 알마 타데마(Lawrence Alma-Tadema) 1836~1912의 그림에도 화분에 심겨진 협죽도가 등장합니다. 그는 영국 시민권을 지닌 네덜란드 화가로, 멋진 대리석 인테리어, 그리고 눈부시고 푸른 지중해와 하늘을 배경으로 나른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을 주로 묘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당시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우며 풍요로운 공간과 어울리는 식재로서 협죽도를 사용했으며, 화가 또한 이를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이라 여겨 화폭에 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Lawrence Alma-Tadema, An Oleander, 1837

 

 

프랑스 출신의 화가 오귀스트 아나스타시(Auguste Anastasi) 1820~1889의 그림에도 협죽도가 심겨 있는 지중해풍의 주택이 등장합니다. 

 

집 뒤로는 향나무와 같은 원추형의 식재가 있고, 집 앞으로는 기둥을 따라 올라간 등나무가 퍼골라(Pergola) 천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습니다. 테라코타 기와 벽돌과 흰색 석회질의 외벽, 문 테두리의 벽돌장식, 협죽도 꽃나무가 어우러진 유럽 지중해 주택의 상징적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Auguste Anastasi,The oleander house

 

 

이렇게 명화들과 영화에 등장하는 협죽도는 유럽의 고풍스러운 장식의 건물, 그리고 중세의 옷차림을 한 인물들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협죽도는 유럽의 역사성을 지닌 건축물과 지중해의 반짝이는 태양, 파란색 하늘이 떠오르는 '이국적인 서양의 꽃나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그림에 많은 여성들이 함께 등장하듯 여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나무라 생각됩니다. 오래된 건축물과 어울리나, 젊고 생생한 느낌이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꽃나무입니다. 

 

여름을 풍요롭게 수놓는,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식재 '협죽도'의 시각적 이미지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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