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보다 조금 일찍, 앙상한 가지에서 부드럽고 뽀얀 살결로 춤을 추듯 만개하는, 봄을 알리는 반가운 꽃 '목련'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Magnolia'라고 부르는 다양한 목련속 식물과 더불어 명화들에 등장하는 목련을 살펴볼 텐데요... 그것은 거장들이 표현한 '목련'이라는 꽃에 대한 해석을 통해 목련의 시각적 이미지를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에요.
특정한 식물이 어떤 형용사적 이미지를 갖느냐는 세밀하게 따지자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로 보면 어느정도의 공통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정원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디자인의 목적은 결국 사람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전해주기 위함이기 때문이에요.
목련(학명: Magnolia kobus DC.)
목련(학명: Magnolia kobus DC.)은 목련강(Magnoliopsida) 목련목(Magnoliales) 목련과(Magnoliaceae) 목련속(Magnolia) 식물로 3~4월에 개화하는 낙엽활엽교목입니다. 높이는 최대 10m까지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으로 일본에서 보다 잘 관찰됩니다. 꽃봉오리가 주먹처럼 생겼다고 해서 '코부시'(コブシ)'라고 부른다고 해요.
목련의 영명은 'Magnolia' 이지만, 우리가 '목련'이라고 부르는 나무는 주로 백목련을 이야기하며, 서양에서 ' Magnolia'라고 부르는 나무는 더 넓은 의미로 목련속(Magnolia)에 속하는 한 300여 종의 꽃나무를 지칭합니다. 그 <목련속(Magnolia) > 식물 중 많이 재배되는 품종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함박꽃나무 (학명: Magnolia. sieboldii)
목련속 식물 중 또 다른 한국 자생종으로는 함박꽃나무 (학명: Magnolia sieboldii)가 있습니다.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의사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에 의해 서양에 알려지게 되었고, 때문에 서양에서는 이 나무를 지볼트 목련(Siebold's magnolia), 또는 한국산 목련, 일본산 목련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함박꽃나무는 키가 5~10m까지 자라는 대관목에 속하며, 늦은 봄~초여름에 개화합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목련속 식물은 좀 더 다양하게 관찰됩니다.
백목련(학명: Magnolia denudata)
백목련(학명: Magnolia denudata)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련'이라 부르는 나무가 이 품종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잘못된 표현이지요. '백목련'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백목련은 중국을 원산지로 하고 있으며, 높이가 9m에 달하는 대교목입니다. 이른 봄에 개화합니다.
자목련(학명: Magnolia liliiflora)
자목련(학명: Magnolia liliiflora) 은 중국남서부가 원산지이나 수 세기동안 중국과 일본에서 재배되었습니다. 이른 봄 분홍색에서 자주색에 걸친 꽃이 화려하게 피며, 인기 있는 품종으로 수많은 원예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다른 목련보다 키가 작고 성장이 느린 것이 특성입니다. 높이가 4m에 달하는 대관목입니다.
별목련(학명: Magnolia stellata)
별목련(학명: Magnolia stellata) 은 일본이 원산지이며, 꽃잎이 12 -18개로 많습니다. 식물학자들은 이 품종을 '코부시'(コブシ)'라고 부르는 목련(학명: Magnolia kobus DC.)의 변종으로 취급했으나, 1998년 별개의 종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높이가 2.5m까지 자라는 관목이며 늦겨울~이른 봄 개화합니다.
일본목련 (학명: Magnolia obovata) / 중국목련 (학명: Magnolia officinalis) / 버지니아목련 (학명:Magnolia virginiana)
그 밖에 일본목련 (학명: Magnolia obovata)과 중국목련 (학명: Magnolia officinalis)이 있습니다. 미국 동부지역에 자생하는 목련으로 버지니아목련 (학명:Magnolia virginiana) 이 있습니다.
태산목 (학명:Magnolia grandiflora)
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는 태산목 (학명:Magnolia grandiflora) 또한 목련과 꽃 모양이 유사하죠. 목련속 식물입니다. 이 나무는 흔히 불 베이(Bull Bay)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남동부,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 중부, 서쪽의 택사스 동부까지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태산목은 다른 목련속 식물과는 다르게 상록활엽수라는 특성이 있고, 잎이 앞면은 크고 짙은 녹색, 뒷면은 황갈색의 잎으로 단단하기도 하여 크리스마스 리스 등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높이가 최대 37m까지 자라는 대교목이며 향기로운 꽃은 늦은 봄에 개화합니다.
명화 속에 등장하는 목련(Magnolias)
< Magnolia 꽃의 매력>
프리다칼로(Frida Kahlo de Rivera) 1907~1954의 'Magnolias'
고혹적이고 매혹적이며, 이국적인 분위기의 꽃
우선 <목련그림>하면, 프리다칼로(Frida Kahlo de Rivera) 1907~1954의 'Magnolias'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녀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며, 그녀의 의상, 소품과 함께 그녀의 그림은 고혹적이고 매혹적이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녀는 미국의 모더니스트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의 'Magnolias' 그림을 모티브로 이 그림을 남겼다고 합니다.
활짝 핀 목련꽃을 그린 조지아 오키프와는 달리 프리다칼로는 봉우리의 목련꽃을 묘사했으며, 더불어 선인장꽃과 카라 등 다른 꽃을 함께 모아 다발을 만들었습니다. 배선인장꽃( pear cactus flower)은 그녀의 다른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며, 그 꽃의 예민하고 짧은 개화기간에 의미를 두어 그녀에게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프리다칼로의 일생과 작품, 그녀의 공간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는 앞선 포스팅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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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칼로(Frida Kahlo de Rivera)의 삶과 예술, 그녀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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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Henri Émile Benoît Matisse)의 'Odalisque Couchée aux Magnolias'와 'Still Life with a Magnolia'
부드럽고 매혹적이며 고상한 여성의 이미지의 꽃
앙리 마티스(Henri Émile Benoît Matisse) 1869~1954의 작품에도 목련(Magnolia)이 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되는 그의 공간에는 중국과 일본문화의 특징을 담고 있는 소품 또는 의상이 다수 등장합니다. 화려한 패턴과 색상으로 구성된 공간과 인물을 캔버스에 표현했던 그는 이국적 문양에 관심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양한 무늬와 컬러의 배경아래 누드의 여성을 묘사한 그의 그림 'Odalisque Couchée aux Magnolias'에는 목련이 장식된 유리화병이 놓여있습니다. 여성의 굴곡 있는 곡선과 더불어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고 매혹적이며, 고상하게 만듭니다. 목련꽃은 매우 여성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중첩된 이미지의 꽃
'Still Life with a Magnolia' 그림에는 중국양식의 문양을 담은 화병이 코너에 위치하여 있고, 동양적 곡선의 화병에 목련꽃과 잎이 꽂혀 있습니다. 전체적인 색채는 적갈색으로 이국적이며 화려한 느낌입니다. '목련'은 동양적인 이미지와 서양적인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식물로 주변의 소품과 연출에 따라 다른 얼굴을 가진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Odalisque Couchée aux Magnolias' 그림과 상반된 분위기의 'Still Life with a Magnolia' 그림을 통해 우리는 앙리마티스에게 있어 '목련'은 동서양의 중첩된 이미지를 가진 식물이 아니었을까? 유추하게 됩니다. 또한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끌림이 있는 화가에게 매력적인 소재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앙리 마티스의 공간과 그의 작품, '앙리마티스' 하면 떠오르는 식물 <몬스테라>와의 이야기 등 그와 연관된 재미있는 스토리가 더 있습니다. 앞선 포스팅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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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이야기들이 프랑스에 빠져있죠. 이번에는 프랑스의 색채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앙리마티스의 그림이 꽤 인기를 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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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파슨스(Alfred William Parsons)의 'Magnolias'
전통적이며 클래식한 분위기의 꽃
알프레드 파슨스(Alfred William Parsons)1847~1920는 영국의 예술가이자 정원디자이너로 영국의 풍경 및 식물삽화를 그린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영국, 스코틀랜드, 미국의 정원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가 그린 Magnolias 정물화 속 목련은 르네상스시대의 장식적 디테일을 가진 제품 그릇, 칼의 소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백악기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은 아주 오래된 역사를 지닌, 최초의 꽃 식물 중의 하나인 목련의 역사를 반영하듯 그림 속 꽃은 매우 전통적이며 클래식한 느낌입니다.
< Magnolia 나무의 매력>
쿠노 아미에트(Cuno Amiet)의 'Magnolia'
따뜻하고 포근하며 풍부한 자연의 이미지, 나무
스위스출신의 화가 쿠노 아미에트(Cuno Amiet) 1868~1961는 정원의 목련을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사랑하며,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색채를 활용합니다. 그가 표현한 목련은 따뜻하고 포근하며 풍부합니다.
< Magnolia 열매와 잎의 매력>
이바노비치 마슈코프( Илья Иванович Машков )의 Still life with magnolia
아열대의 따뜻함과 이국적인 풍경의 이미지를 담은 잎과 열매
러시아출신의 화가 일리아 이바노비치 마슈코프( Илья Иванович Машков ) 1881~ 1934의 그림에는 magnolia 잎과 씨앗이 다른 여러 열매들과 함께 등장합니다. 그는 목련의 잎과 씨앗의 모양새에 매력을 느꼈나 봅니다. 이는 목련의 다양한 관상가치를 증명하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에 표현된 열매와 광택이 있는 잎은 아열대의 따뜻함과 이국적인 풍경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버지니아목련 (학명:Magnolia virginiana)과 같은 품종은 아래 사진과 같은 형태의 열매와 씨앗이 맺히며,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된다고 합니다.
'Magnolia'의 다양한 형용사적 이미지 - 우아한, 세련된, 고상한, 매혹적인, 여성스러운, 평화로운, 고요한, 부드러운, 따뜻한, 포근한, 풍부한, 전통적인
마지막으로 조류들과 담긴 자연 속 Magnolia입니다. 첫 번째,찰스 터니클리프(Charles Frederick Tunnicliffe) 1901~1979는 영국의 새와 야생동물을 그린 저명한 자연주의 화가의 작품입니다. 두 번째, 오하라 고손(Ohara Koson) 1877~1945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일본화가로 새와 꽃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당시 그의 작품은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제시 암스 보트케(Jessie Arms Botke) 1993~1971는 미국의 일리노이와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며 공작새, 거위, 앵무새 등의 그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각 영국, 일본, 미국의 작가가 표현한 새와 목련의 풍경은 그들이 생각하는 '목련'의 이미지를 반영합니다. 1. 잎이 없이 가지에 달린 풍부한 흰색 꽃으로 표현된 목련은 유토피아적 느낌을 자아냅니다. 2. 오하라 고손의 그림은 아름다운 가지의 곡선이 정적이고 여성스러우며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전통적이고요. 3. 암스 보트케의 그림에 표현된 자목련은 순수하고 부드러우며 사랑스럽고 동화 같은 분위기에 자리 잡아 그림에 세련됨을 추가합니다.
앞선 화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Magnolia'의 이미지에 있어 필자는 우아한, 세련된, 고상한, 매혹적인, 여성스러운, 평화로운, 고요한, 부드러운, 따뜻한, 포근한, 풍부한, 전통적인 등의 형용사를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화가의 국적, 그림의 시대와 양식은 다르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꽃의 이미지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요.
다양한 품종으로 동서양의 분위기를 모두 품고 세계에서 사랑받는 봄의 꽃 'Magnolia'에 대해서 탐구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음악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사랑하는 착한 여자친구에 대해 노래한 The Grateful Dead의 'Sugar Magnolia'라는 음악이 있습니다. 이 아티스트에게도 '목련'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식물인가 봅니다.
- 아티스트
- The Grateful Dead
- 앨범
- American Beauty (2013 Remaster)
- 발매일
- 197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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