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국적인 온실의 분위기를 만드는 식물 '극락조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남아프리카 열대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원시적이고 화려하며 독특하여 시선을 끄는 식물입니다.
극락조화(학명: Strelitzia reginae (Banks) Ait.)
매우 화려하고 이국적인 꽃을 가진 극락조화(학명: Strelitzia reginae (Banks) Ait.)는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생강목(Zingiberales)에 속하는 높이 1m 내외의 다년생 초본입니다.
극락조화의 속들은 대부분 파초과(Musaceae)에 포함되어 있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닭의장풀군 내의 생강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열대에서 아열대 기후 지역까지 자생하는 식물로, 가장 잘 알려진 종은 극락조화(Strelitzia reginae)이지만, 아프리카 남부에서 관찰되는 5개 종은 극락조화속(Strelitzia), 마다가스카르의 단일종은 부채파초속(Ravenala), 남아메리카 북부지역의 단일종은 좁은부채파초속(Phenakospermum)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속명인 스트렐리치아(Strelitzia)는 1788년 이 식물이 처음 기술되었을 당시 영국의 국왕 조지 3세의 아내였던 메클렌부르크슈트렐리츠의 샤를로테(Charlotte zu Mecklenburg-Strelitz) 왕비의 칭호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식물을 매우 사랑하는 아마추어 식물학자였습니다. 당시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 (James Cook)과 식물학자인 조셉 뱅크스 경( (Sir Joseph Banks, 1st Baronet )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표본을 가져왔으며, 뱅크스(Banks)의 제자 중 한 명인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프란시스 마송(Francis Masson)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스트렐리치아(Strelitzia)가 처음 재배된 곳 또한 영국의 큐 가든(Kew Gardens) 입니다.
극락조화의 영문 꽃이름은 극락조의 머리와 닮았다고 하여 '천국의 새 (bird of paradise)' 입니다. 극락조는 뉴기니와 주변 섬에서 발견되며, 극락조 깃털은 과거 예복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두루미꽃(crane flower)'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50센트 동전 뒷면에 극락조화가 표현되어 있는걸로 봐서 남아프리카인들에게의 극락조화가 꽤 사랑받고 있나봅니다.
부채파초(Ravenala madagascariensis)
극락조화 속(Strelitzia)의 다른 종들은 꽃이 그리 화려하지 않으며, 주로 잎을 관상하는 용도로 재배됩니다. 이에 속하는 종으로는 부채파초(Ravenala madagascariensis)가 있습니다.
헬리코니아(Heliconias)와 바나나
또한 극락조화(Strelitzia)는 같은 생강목 식물인 헬리코니아(Heliconias), 바나나와 유사한 시각적,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가 작지만 잎의 모양이 비슷합니다. 꽃 모양이 흡사한 품종도 있습니다. 차이점으로는 바나나를 비롯한 생강목 식물은 많은 종이 식용가능한 반면, 극락조화 속은 약간의 독성이 있습니다.
- 헬리코니아 - 생강목(Zingiberales) 헬리코니아속(Heliconia)
- 바나나 - 생강목(Zingiberales) 파초과(Musaceae) 파초속(Musa)
<환상적이며 화려한 / 독특하며 주목성이 강한 / 원시의 자연을 그리며 / 여성적인 이미지의 식물>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e) 1887~1986와 흰 극락조(Steliazia Nicolai)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e)는 하와이 섬 야생에서 자라는 극락조를 보고는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는 칸나( canna)를 비롯해 이국적이고 화려한 꽃을 세밀하거나 추상적으로 묘사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특히 1930년대 후반 열대과일 회사인 Dole의 의뢰로 거대한 흰 극락조(Steliazia Nicolai)를 그리기도 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품종은 안타깝게도 외래종이라고 하네요.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칸나는 '모더니즘의 어머니' 답게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었으나, 화려한 색채와 곡선으로 이국적이고 몽환적이며 여성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아래 그림 또한 극락조 특유의 형태미로 환상과 낭만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입니다.
프리다 칼로 드 리베라 (Frida Kahlo de Rivera) 1907~1954와 극락조화(Strelitzia reginae)
하지만 저에게 '극락조를 그린 화가'라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입니다. 그녀의 자화상에는 그녀의 애완동물인 원숭이와 극락조화가 함께 묘사되어 있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그녀의 삶을 함께하는 물건, 그녀가 가꾸는 식물과 동물, 멕시코의 유물과 자연... 등을 자신과 함께 그림에 담았습니다. 자아표현과 멕시코 사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녀의 작품은 사실과 환상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복식과 치장,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까지 그녀의 그림은 토속적이고 화려하며, 여성스럽습니다. 그녀의 자화상에 극락조화를 함께 표현한 것 또한 그러한 그녀의 이미지와 작품스타일에 어울리는 소재라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녀의 일생과 공간, 작품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앞선 포스팅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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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 노스(Marianne North) 1830~1890와 극락조화, 바나나 <생강목(Zingiberales) 식물>
마리안 노스(Marianne North)는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식물학자이자 식물예술가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식물과 풍경화를 남겼습니다. 그녀의 그림에는 특히 화려한 색채의 열대식물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앞서 '호주 아카시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녀의 작품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화려하며 독특한 식물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원시림의 풍경을 담은 그녀의 그림은 열대기후의 습기를 품은 듯 산뜻하며 여성스럽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마리안노스의 '호주아카시아'가 담긴 그림이 궁금하다면, 앞서 포스팅한 내용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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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매기 라우저( Maria Magdalena Laubser) 1886~1973
매기 라우저( (Magdalena Laubser)는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시골과 농장의 목가적인 풍경에서 자랐으며, 남아프리카에 표현주의를 가져온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출신답게 꽃과 식물을 담은 그녀 그림은 화려한 색채 속에 독특하고 주목성이 강한 식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에는 노란색 화병에 히비스커스와 극락조화가 꽂혀 있습니다. 극락조화는 뾰족하고 곧으며 직선적인 형태인 반면, 히비스커스는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입니다. 대조적인 형태적 특성을 지닌 두 식물은 색채의 보색대비와 여성적인 이미지로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소재로 삼은 식물 종류 간의 유사성 또한 관찰됩니다. 작가들 모두 취향을 통해 특정한 시각적 이미지를 가진 식물에 관한 개인적 선호가 뚜렷히 존재하며, 또한, 식물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극락조화'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 식물이 가진 시각적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유추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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