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점
- 7.0 (2023.01.01 개봉)
- 감독
- 로드리고 가르시아
- 출연
- 다니엘 지메네스 카초, 일세 살라스, 카산드라 치아첼로티, 나탈리아 솔리안, 마리벨 베르두
넷플릭스 영화 <파밀리아> 포스터를 보고는 '이건 한번 봐야겠네.' 생각했어요. 올리브농장 가운데 10명이 앉을 수 있는 큰 목재테이블, 참 좋아하는 유럽의 분위기입니다. 그 풍경에 살고 싶은 로망을 담아 제주의 중산간 마을에 산적도 있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유럽 시골 농장의 작은 집과 주변 식재들, 가구와 소품... 등을 관찰하고, 우리의 공간에 이국적인 유럽의 분위기와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올리브 농장이 배경인 만큼 올리브나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아직 우리나라의 노지에서는 올리브나무의 재배가 쉽진 않지만, 제주는 예외입니다.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지 않은 제주에서는 정원에서 올리브나무를 키우는 집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제주에 올리브나무 묘목들이 들어온 후 노지에서 재배를 시작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난 것은 아니라서,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는 아직 볼 수 없지만, 몇십 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와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주에 올리브농장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한림, 대정, 애월, 조천, 서귀포 남원, 대정 등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정원디자인
다시 공간 얘기로 들어가서, 영화의 정원풍경에는 올리브나무와 팜파스글라스, 야자류 등 식생이 등장합니다. 주로 가지가 길게 늘어지는 하수형의 수형을 가지고 있고, 잎은 가늘고 긴 형태이며, 잎의 색이 블루그린, 실버그린 등 패일(pale)한 색감의 녹색잎을 가진 식물들이죠.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를 가진 식물들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호주나 남아공 식생과도 조화로워요. 유칼립투스, 호주아카시아, 티트리, 뱅크시아 등의 나무들과 다양한 그라스류 식물들이죠. 생육환경에 따라 가능여부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바로 매우 큰 나무를 심고 싶고, 위와 같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능수버들도 괜찮아요. 유럽의 느낌을 담은 공간, 그리고 최근의 정원트렌드를 쫓아가고 싶다면 위와 같은 식물로 정원을 꾸며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올리브나무의 품종 또한 꽤 다양합니다. 현재 제주의 올리브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품종만도 마우리노, 버달레, 루카, 아르베키나, 아르보사나, 레치노, 프란토이오, 만자날로, 콜레지올라, 코로네이키, 코라티나, 오히블랑카, 산타카테리나, 타지아스카... 이렇게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품종에 따라 나무의 키, 수형과 잎의 모양, 색도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올리브나무 품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키우기 쉬운 품종이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국내에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은 식물들은 우리의 토질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일 년 중 한 번의 강추위에도 고사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팜파스그라스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팜파스그라스도 국내에 들어온 지 이제 꽤 되었죠. 트렌디한 정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식물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조경식재로 주로 사용하는 그라스는 억새와 수크령 등 많지 않았습니다. 이후 털수염풀, 은사초 등 이 유통되기 시작하고 핑크뮬리가 인기를 얻더니 최근에는 정말 다양한 품종의 그라스(grass)들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원하게 뻗은 팜파스그라스는 정원에 좋은 포인트가 되는 식재입니다.
팜파스그라스도 이제 판매되는 품종이 꽤 다양해졌습니다. 한 10년 전 외국 사이트에서 보라색 팜파스를 발견하고는 종자를 주문해 3달 만에 받은 적이 있습니다. 모판에 파종을 하고 싹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실패했지요. 국내에 아직 보라색 팜파스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반갑게도 핑크색 팜파스는 이제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든데코레이션(Garden Decoration)과 가든 오너먼츠(garden ornaments)
가든데코레이션 (garden decoration)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잘 가꾼 정원이 있는 집이기보다는 대규모의 농장 안에 있는 소박한 집이기에 정원디자인에 대해 크게 논할 것은 없으나, 정원에서 활용하면 분명한 작은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영화에 작은 마크라메 벽장식들이 꽤 등장합니다. 해먹 또한 마크라메로 만들었네요. 마크라메와 같은 수공예품을 공간에 배치하면 온기가 생깁니다. 영화 속 정원에 놓인 해먹은 자유롭고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이 전달합니다.


농장에 작은 쉘터(shelter)가 있는데요. 쉘터에 모빌이 매달려 있습니다. 직접 만든 듯 러프하게 디자인되어 극 중에 등장하는 자식들이 어렸을 적 놀이 삼아 만들었던 것 같이 보입니다. 이제는 다 큰 성인이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기 다반사지만 그 시절 단란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이렇듯 직접 만든 작은 가든 오너먼트(garden bornaments)는 정원 곳곳에 추억과 작은 즐거움을 담아 공간을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제주에 살다 보니 바다에 버려진 씨글라스(sea glass)들과 조개들을 주워와 여러 공예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습니다. 여러 공예작가들이 그렇게 만든 작품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유튜브로 만드는 방법 또한 공유하고 있는데요.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손을 움직여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모두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바다에 떠밀려온 나뭇가지와 씨글라스 등을 주워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테이블과 테이블웨어(Tableware) 그리고 주방
정원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야외 테이블에서 하는 식사와 바비큐입니다. 테이블웨어 또한 공간과 어울리면 더욱 좋겠죠. 유럽의 식탁 위에는 손으로 빚은 두껍고 큰 도자기 볼(bowl)과 오래된 나무도마, 컬러 와인잔 등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식기와 유리잔의 컬러는 주로 내추럴그린, 사파이어블루, 코발트블루 등의 색깔을 띠고 있고요. 쨍한 햇살과 자연의 녹색과 조화를 이루는 느낌입니다.
주방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원목으로 된 커다란 아일랜드형 조리대와 화덕입니다. 언젠가 저희 집에도 꼭 만들 생각이에요. 유럽의 주방을 공간에 연출하고 싶다면 여러 형태의 팬과 조리도구를 벽과 공중에 걸어 진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명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디자인 요소는 조명입니다. 유리병스탠드 조명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정원에도 실내에도 어울리는 조명입니다. 투명한 유리소재이지만 디자인이 무게감을 줍니다. 유럽 특히 지중해의 태양은 우리의 햇살과 퀄리티가 다르다고 이야기하고는 하는데요... 보다 뜨겁고 반짝이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건축에 쓰인 여러 문양의 타일과 유리제품들이 그 빛을 담고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요즘 유럽미장이라 불리는 제품과 미장기술이 인기를 얻으면서 벽체와 바닥, 가구 등의 톤(tone)을 통일하고 질감은 러프 하지만 분위기는 정돈되게 연출하는 곳이 많은데요... 타일과 유리장식으로 포인트를 주면 더욱 특색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예쁜 유리병조명을 찾으려면 빈티지샵을 여러 군데 둘러보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 대량생산된 제품은 유리의 두께와 디테일이 옛날에 생산된 것들만 못하니까요.
공간 이야기에 빠져 영화 이야기는 하나도 못했네요. 농장을 운영하는 주인공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내는 먼저 하늘나라에 가고 장성한 자식들과 손주들과 오랜만에 농장에 모여 식사를 하는 내용입니다. 오래간만에 만나면 반가운 마음의 표현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으로 채워야 하는데... 서로 너무나 잘 알고, 가족의 오랜 역사만큼 상처와 원망도 깊고... 가족들은 얘기 중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합니다. 결국 돌아가는 길에 결혼해 새로 만든, 자신이 선택한 가족과도 다투죠. 영화에 "사랑하고 보고 싶지만 어느 정도 같이 있으면... 그 애를 못 참겠어." 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우리네 가족과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아름다운 농장에서 아름답지만은 못한 가족의 현실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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