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콧수염이 떠오르는 스페인의 천재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과 그의 공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회화와 그래픽 아트, 영화, 조각, 디자인, 사진 등 시각예술뿐 아니라 소설, 시, 자서전, 에세이, 비평문 등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인 데다가 기이한 행동과 언행이 많았던 그의 공간은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을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볼게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1904~1989
살바도르 달리의 원래 이름은 살바도르 도밍고 펠리페 하신토 달리 이 도메네크(Salvador Domingo Felipe Jacinto Dalí i Domènech)입니다. 그는 1904년 스페인 카탈루냐(Catalonia)의 엠포르다(Emporda) 지역 피게레스(Figueres) 마을 20번지 카레 몬투리올 1층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가톨릭 집안으로 아버지는 카탈루냐계 변호사이자 공증인이었습니다. 3살 어린 여동생 안나 마리아는 이후 달리에 대한 책을 집필한 작가라고 합니다.
달리는 16살이 되던 해 프랑스어 학교에 보내졌습니다. 그의 가족은 여름 별장이 있는 카탈루냐(Catalonia) 지로나(Gerona)주의 카다케스(Cadaqués)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이후 달리의 부모는 그곳을 달리의 첫 전시 스튜디오로서 제공해 주었습니다. 1916년 달리는 가족과 함께한 여름휴가에서 처음 현대미술을 접합니다. 1918년에는 피게 레스 시립 극장에서 첫 번째 공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1921년 달리가 갓 17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과 재혼했다고 합니다. 이는 달리의 인생에 큰 심리적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시기 살바도르 달리가 그리던 지역의 풍경은 그의 예술적 경력 전반에 걸쳐 큰 영향과 영감을 주게 되었습니다. 피게레스(Figueres)를 둘러싸고 있는 끝없는 평원, 먼 지평선, 로사스(Rosas)의 백사장, 알바레스(Albares) 산맥의 울퉁불퉁한 절벽은 달리의 그림작업에 반복하여 등장합니다.
학창 시절 그는 마드리드 대학을 다니며 멋쟁이로 상당히 유명했다고 합니다. 172cm의 키에 길게 기른 구레나룻, 코트, 스타킹 등 의복은 미국에서 유행하던 유미주의와 일치했습니다. 초반에는 입체파의 성향을 띠었지만, 이후 다다이즘이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그는 반정부 운동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잠시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1926년 그는 기말고사의 부정행위로 인해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학교를 그만둔 사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그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들이 많습니다. 그가 무성애자였다는 주장과 양성애자였다는 주장이 가장 큰 편인데, 일각에서는 그가 관음증과 같은 성도착증 경향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스페인에서 칭송받는 국민적인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와는 연인관계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1926년, 학교에서 퇴학당한 달리는 자신이 존경하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파리에서 만납니다. 피카소는 호안 미로(Joan Miro)를 비롯한 자신의 친구들에게 달리를 소개했고, 그 영향으로 향후 몇 년간 피카소의 화풍과 큐비즘이 그의 작품에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 책은 그의 꿈과 정신세계에 대해 표현하게 되는 중대한 계기가 됩니다. 달리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인데, 그것은 스페인의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를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초현실주의의 시초라고 알려진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과의 불화로 인해 초현실주의 화가 그룹에서 제명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기이한 언행은 크루통이 평생을 걸쳐 지키려고 했던 초현실주의의 순수함과 엄격함에 자꾸 균열을 냈고, 특히 달리는 정치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일이 잦았는데, 초현실주의가 그렇게 싸우고자 했던 자본주의, 파시즘의 망령을 찬양하는 발언을 자주하여 초현실주의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합니다.
1929년 스페인의 해안도시 카다케스(Cadaques) 집에서 많은 이들을 초대한 가운데 달리는 자신의 운명적인 뮤즈, 갈라(본명은 엘레나 이바노바 디야코노바(Елена Ивановна Дьяконова))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당시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의 부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의 열성적인 구애에 흔들려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파리(Paris)에서 달리의 개인전 도중 동반 도주 후 잠적했으며, 이후 갈라는 1934년 폴 엘뤼아르와 이혼, 달리와 결혼하게 됩니다. 이때 갈라가 40세, 달리가 30세였다고 합니다.
달리 파리 Dalí Paris
주소: 11 Rue Poulbot, 75018 Paris, 프랑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역의 테르트르 광장 근처에 살바도르 달리를 기리는 전시회장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주로 조각과 판화로 구성된 그의 예술품 약 300점을 소장,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후 갈라는 달리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그녀는 달리의 매니저로서 그의 작품 전시와 일정 조정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모든 전시 장소 계약과 작품 판매는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쳐 성사되었습니다. 달리는 오직 갈라만을 위해 발레공연을 기획하고 무대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그는 갈라를 매우 사랑했다고 합니다.
달리의 아버지는 불륜관계에서 시작되었던 갈라와 달리의 결혼을 매우 반대했다고 합니다. 게다라 달리는 어머니를 재미 삼아 모욕하는 내용의 기사 인터뷰를 하기도하지요. 결국 달리는 1929년 상속권을 박탈당했으며 아버지는 카다케스(Cadaques)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 여름, 달리와 갈라는 카다케스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포르트리가트(Port-lligat)의 해변에 작은 오두막을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몇 년에 걸쳐 주변의 땅과 오두막들을 매입해 빌라를 건축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달리와 갈라를 차츰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살바도르 달리 하우스 (박물관) Salvador Dalí House Museum
주소 : Platja de, 17488 Port Lligat, Girona, 스페인
이곳은 1930년부터 1982년까지 살바도르 달리가 살면서 일했던 스페인 카탈루냐(Catalonia) 주 포르트리가트(Port-lligat)에 있는 집입니다. 이 집은 과거 어부의 작은 오두막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 갈라가 사망한 후, 그는 푸볼성(Castell de Púbol)에 거주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는 1930년 이곳의 풍경과 빛, 그리고 고립된 장소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40년 동안 자신의 집을 지었습니다. 첫 번째 오두막을 구입하여 수리하기 시작하였으며, 1932년에는 몇 달 후에 구입한 두 번째 오두막을 수리했다고 합니다. 1935년에는 두 개의 건물 본채를 건축하여 집을 확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남북전쟁의 발발로 달리와 갈라는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1948년 말까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해 달리는 약 22평방미터 규모의 새 오두막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집이 마무리된 것은 1949년 즈음이었습니다. 갈라는 집 장식을 맡고 여러 골동품 상점에서 많은 가구를 구입했습니다. 그때부터 달리하우스는 그의 필요에 따라 확장되고 개조되었습니다.
각각의 방을 새로운 세포라고 가정한 채 생물학적 구조를 공간에 구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건축물의 형태가 좁은 통로, 낮은 경사로로 연결되며 분산된 미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집은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달리의 삶에서 가장 친밀한 부분이었던 1층과 7~12번 방 / 예술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물건을 갖춘 스튜디오는 룸 5와 6 / 야외공간인 룸 13과 파티오 14, 15로 구분하어 특별하게 설계되었습니다. 모든 방은 동일한 풍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모양과 비율의 창문이 있습니다. 또한 앤티크 가구, 카펫, 말린 꽃, 벨벳소재의 커버, 셀 수 없이 많은 달리의 오브제 등으로 채워져 공간은 따뜻한 이미지를 갖습니다.
살바도르 달리는 이곳을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포르트리가트(Port-lligat)는 깨달음의 장소입니다. 작업을 위한 완벽한 곳이지요.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매시간은 저마다의 차원을 갖고 있습니다. 지질학적으로 평온함이 있습니다. 독특한 곳입니다."
달리는 지중해가 보이는 초현실주의 하우스를 만들고 이 미로 같은 빌라에서 아내 갈라와 자신의 삶을 공유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사진으로 담겨 남아있습니다.
1949년에는 가톨릭의 종료적 색채를 드러낸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1968년 달리는 갈라에게 지로나(Gerona)의 성을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달리는 갈라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허락 없이는 그 그 성에 접근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였습니다. 자신의 오랜 뮤즈가 멀어지자 달리는 신경쇠약과 우울, 그리고 건강악화를 겪습니다. 이 와중에 갈라는 젊은 남자들과 바람을 피웠다고 전해집니다. 갈라는 강한 성욕을 가지고 있었고, 평생동안 수많은 혼외정사를 겪었다고 대부분의 기록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젊은 예술가들을 좋아했고, 노년기에는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값비싼 선물을 자주 주곤 했다고 해요. 도망가는 젊음을 붙잡기 위해 갈라는 젊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성형수술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 모든 값비싼 즐거움에는 상당한 돈이 필요했습니다. 반면, 달리는 작품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갔습니다. 세상은 그녀를 탐욕스럽고 교활하고 계산적인 성격이라며 미워했지만 살바도르 는 그녀 를 ' 승리 의 여신'이라고 불렀습니다 . 그에게 그녀는 끊임없는 영감이었습니다.
1969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무대연출과 프로그램 콘셉트 아트를 만들기도 했으며, 피게라스(Figueras)에 달리 미술관을 세우기 위한 재단을 창설했으며 미술관의 천장화 제작에도 참가하였습니다. 또한 뉴욕에서 최초의 입체작품을 전시하는 등 작품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1973년에는 달리, 갈라디너(Dalí. Les dîners de Gala)라는 요리책도 발간합니다. 12장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La Tour d'Argent, 그리고 Maxim's와 같은 유명한 파리 레스토랑의 136가지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그것을 달리는 초현실주의 방식으로 묘사했습니다. 이 책은 예술작품이자 실용적인 요리책이자 감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맛있는 책입니다.
달리극장 - 박물관 Dalí Theatre-Museum
주소 : Plaça Gala i Salvador Dalí, 5, 17600 Figueres, Girona, 스페인
달리 극장 - 박물관은 살바도르 달리가 갈라를 위해 사준 공간이자 그를 기리는 박물관입니다. 그는 갈라가 세상을 떠난 뒤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이곳에서 살았으며 무대 아래 지하실에 묻혀있다고 합니다. 이 박물관에서는 달리의 다양한 예술을 모두 전시하며 그의 삶과 작품을 재연하듯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이 공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나는 내 박물관이 하나의 블록, 미로, 위대한 초현실주의적 대상이기를 원합니다. 이곳은 연극박물관이 될 것이며,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극적인 꿈을 꾸었다는 느낌을 가지고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76세가 되던 1980년, 중풍의 영향으로 달리는 붓을 잡기가 힘들 만큼 수전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갈라의 불륜이 지속되면서 달리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그녀의 갈비뼈를 부러트리는 등의 심한 폭행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흥분한 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갈라가 투여한 약물이 달리의 신경계에 나쁜 영향을 끼쳤고, 그의 정신병은 더욱 심해져 결국 노인성 치매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1982년 달리는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후작 작위(Marqués de Dalí de Púbol)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갈라가 8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달리는 삶에 대한 의지를 잃게 됩니다. 1984년 그의 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혹자는 이를 자살시도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는 심부전으로 1988년 입원했고, 그해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84세의 나이였습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한 곳은 그가 태어난 집과 불과 겨우 세 블록 떨어진 거리라고 합니다. 그의 장례는 산트 페레(Sant Pere) 교회에서 치러졌으며, 카를로스 국왕이 그의 장례식에 참가했습니다. 그의 시신은 자신의 미술관인 피게라스 극장 미술관에 안치되었습니다.
'예술가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예술가가 사랑한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의 프로방스 아틀리에 (2) | 2024.03.26 |
|---|---|
| 끊임없이 변화하는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Pablo Ruiz Picasso)의 작품과 공간 _ 스페인과 프랑스 곳곳의 흔적들 (3) | 2024.03.24 |
|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그의 구성주의 그림과 공간_ [네덜란드]에서 [파리]를 거쳐 [뉴욕]까지 (0) | 2024.03.21 |
| 폴 고갱(Paul Gauguin)이 머물던 공간들 프랑스, 폴리네시아, 타히티 (0) | 2024.03.21 |
|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와 가브리엘 뮌터( Gabriele Münter)가 살던 예술가의 집 '뮌터하우스(Münter House)' (0) | 2024.03.20 |